커스텀키보드 입문하는 방법, 처음 맞출 때 덜 헤매는 순서

처음엔 키캡만 바꾸면 끝인 줄 알았다
얼마 전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다가 옆자리 분 키보드 소리에 자꾸 귀가 갔습니다.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손끝에서 톡톡 걸리는 느낌이 들 것 같은 소리였거든요.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그게 바로 커스텀키보드 세계의 입구였습니다. 처음엔 예쁜 키캡 하나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보면 배열, 스위치, 하우징, 보강판, 윤활 같은 말이 줄줄이 나옵니다.
근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부품을 전부 따로 사서 조립하는 방식보다, 반조립 베어본 키보드에 스위치와 키캡을 끼우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실제로 입문자들이 많이 고르는 구성도 이쪽입니다. 납땜이 필요 없는 핫스왑 제품이면 스위치를 빼고 꽂는 것만으로 타건감을 바꿀 수 있어서 실패해도 되돌리기 쉽습니다.
커스텀키보드 고를 때 먼저 봐야 할 것
가장 먼저 정할 건 배열입니다. 풀배열은 숫자패드까지 있는 104키 안팎의 익숙한 형태이고, 텐키리스는 숫자패드를 뺀 형태입니다. 책상 공간을 꽤 아낄 수 있어서 게임이나 문서 작업을 같이 하는 사람에게 무난합니다. 75% 배열은 방향키와 기능키를 살리면서 더 작게 만든 구성이고, 65% 배열은 더 compact하지만 처음 쓰면 적응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사무용이면 75%나 텐키리스가 편합니다. 엑셀에서 숫자를 많이 입력한다면 풀배열이 낫고요. 반대로 마우스 움직일 공간이 중요하다면 65%도 꽤 매력적입니다. 제 경우엔 75% 배열이 가장 오래 갔습니다. 작지만 방향키가 있고, 기능키도 남아 있어서 단축키를 자주 쓰는 작업에서 덜 답답했습니다.
- 엑셀, 회계 작업이 많다: 풀배열
- 문서 작성과 게임을 함께 한다: 텐키리스
- 공간 절약과 실용성을 같이 원한다: 75%
- 미니멀한 책상을 좋아한다: 65%
스위치는 소리보다 손끝 느낌이 먼저다
커스텀키보드를 검색하면 타건음 영상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영상 소리만 믿고 사면 생각보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상 재질, 키보드 내부 흡음재, 키캡 두께, 녹음 장비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위치는 소리보다 타입을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스위치는 크게 리니어, 택타일, 클릭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리니어는 걸림 없이 부드럽게 내려가고, 택타일은 중간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클릭은 누를 때 딸깍거리는 소리가 분명해서 재미는 있지만, 사무실이나 가족이 있는 공간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키압도 중요합니다. 보통 45g 전후는 가볍게 느껴지고, 60g 이상은 오래 타이핑할 때 손가락 피로가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릅니다. 손힘이 약하거나 장시간 글을 쓰는 편이라면 40~50g대 리니어 또는 가벼운 택타일이 편합니다. 게임 위주라면 빠르게 눌리는 리니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문서 작업이 많다면 오타를 줄이기 위해 택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산은 10만 원대부터 현실적으로 잡기
커스텀키보드는 가격 범위가 넓습니다. 아주 저렴하게 맞추면 7만~10만 원대도 가능하지만, 만족도를 생각하면 처음 예산은 12만~20만 원 정도로 잡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베어본 6만~12만 원, 스위치 3만~6만 원, 키캡 3만~8만 원 정도로 보면 대략 감이 옵니다.
물론 알루미늄 하우징, 무선 연결, 가스켓 구조, 고급 키캡까지 넣으면 3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입문 단계에서 비싼 제품이 꼭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본인이 리니어를 좋아하는지, 택타일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라면 중급형 핫스왑 키보드가 훨씬 안전합니다. 나중에 스위치만 바꾸거나 키캡을 바꾸면서 취향을 좁혀가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구매에서 디자인에 예산을 너무 많이 쓰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사진으로 예쁜 키캡이 실제 책상 위에서는 색감이 다를 수 있고, 일부 저가 키캡은 각인이 빨리 번들거리기도 합니다. 차라리 기본기가 괜찮은 키보드 본체와 무난한 PBT 키캡을 고르는 쪽이 오래 씁니다.
입문자가 덜 실패하는 조합
처음 맞춘다면 핫스왑 지원, 75% 또는 텐키리스 배열, 무난한 리니어 스위치, PBT 키캡 조합이 편합니다. 여기에 흡음재가 기본으로 들어간 제품이면 통울림도 어느 정도 잡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쓸 거라면 클릭 스위치는 피하는 게 좋고, 집에서 혼자 쓰는 용도라면 취향대로 골라도 됩니다.
또 하나 챙길 건 연결 방식입니다. 유선만 되는 제품은 안정적이지만 책상 위 선이 거슬릴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나 2.4GHz 무선을 지원하면 노트북, 태블릿, 데스크톱을 오가며 쓰기 편합니다. 다만 무선 제품은 배터리 관리가 필요하고, 일부 저가형은 절전 모드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살짝 느릴 수 있습니다.
- 첫 키보드: 75% 핫스왑 베어본
- 스위치: 45g 전후 리니어 또는 가벼운 택타일
- 키캡: 두께감 있는 PBT 재질
- 용도: 사무실이면 저소음 계열 우선
- 연결: 여러 기기를 쓰면 무선 지원 확인
조립 전후로 꼭 확인할 것
부품을 사기 전에 스위치 핀 수와 키보드 PCB 호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핫스왑 기판은 3핀과 5핀 스위치를 지원하지만, 제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키캡도 배열 호환을 봐야 합니다. 특히 75%, 65% 배열은 오른쪽 Shift, Alt, Fn 키 크기가 일반 풀배열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조립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스위치 핀이 휘지 않았는지 보고, 기판에 수직으로 눌러 끼우면 됩니다. 키캡은 너무 세게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완성 후에는 키 테스트 사이트에서 모든 키가 정상 입력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특정 키가 안 눌리면 스위치 핀이 접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땐 스위치를 빼서 핀을 살짝 펴고 다시 끼우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스텀키보드는 한 번에 완벽한 물건을 사는 취미라기보다, 손에 맞는 감각을 조금씩 찾아가는 취미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고가 부품을 몰아서 사기보다, 잘 알려진 기본 조합으로 시작해서 스위치 하나, 키캡 하나씩 바꿔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매일 손이 닿는 도구라서 그런지 작은 차이도 금방 느껴지고, 그래서 더 오래 만지게 되는 물건입니다.
